BEE Korea

스물여덟번째 이야기

출발선에서 멈춘 사역, 그러나 결코 비어 있지 않은 장부

故 이성배 목사님 추모 에세이

― 스페인 언어권 선교의 열망을 품고 주님 품에 안기신 故 이성배 목사님을 추모하며

故 이성배 목사님 (1970 ~ 2026.10.12, 향년 56세)

스페인 언어권 선교사로 헌신하여 현지로 나아가고자 준비하던 중, 갑작스러운 췌장암 발병으로 투병하시다가 10월 12일 하나님의 품에 안기셨습니다. 해석하기 어려운 삶의 궤적과 홀로 남겨지신 김지영 사모님의 시린 슬픔 앞에, 역대상 24장의 거룩한 침묵과 주어이신 하나님의 은혜를 묵상하며 애도의 마음을 바칩니다.

인생의 가장 짙은 어둠을 지날 때, 우리는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탄식을 가슴 깊이 삼키곤 합니다. "하나님, 왜 하필 이 사람입니까? 왜 이제 막 사명의 닻을 올리려던 배를 출발선에서 멈추어 세우십니까?"

향년 56세.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남은 계절을 안락하게 준비할 나이일지 모르지만, 스페인 언어권 영혼들을 향해 가슴을 불태우며 인생의 후반전을 온전히 선교사로 살겠노라 헌신했던 고(故) 이성배 목사님에게는 가장 뜨겁고 순결한 사명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오직 복음을 알지 못하는 영혼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삶의 모든 안정을 내려놓고 언어를 익히며 현지로 떠날 준비를 마쳤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발걸음을 채 떼기도 전에, 잔혹한 췌장암의 진단이 날아들었습니다. 선교지의 흙을 밟아보기도 전에 병원 침상에 누워야 했고,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투병의 시간을 지나, 지난 10월 12일 목사님은 그토록 가고 싶어 하셨던 스페인이 아닌 영원한 하늘 본향으로 홀연히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차가운 이별의 자리 곁에는, 평생을 눈물과 기도로 함께 동역하며 낯선 선교지의 길을 함께 걷기로 결단했던 김지영 사모님이 홀로 남겨지셨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하나님의 침묵, 어떤 논리로도 해석하기 어려운 삶의 궤적 앞에서, 우리는 그저 먹먹한 가슴을 쥐어뜯으며 눈물을 흘릴 뿐입니다.

밟아보지 못한 선교지의 흙,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불균형의 침묵

세상은 언제나 결과의 총량과 업적의 장부로 한 사람의 인생을 채점합니다. 선교지에 교회를 몇 개 세웠는가, 세례를 몇 명 주었는가, 그곳에서 몇 년을 버티며 사역했는가 하는 가시적인 숫자들이 세상의 평가표를 채웁니다. 그 메마른 잣대로만 본다면, 선교지로 출발조차 해보지 못하고 병상에서 멈추어 선 목사님의 지난 시간은 '시작도 하지 못하고 중단된 미완의 프로젝트'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묵상한 역대상 24장의 제사장 명부는, 인간의 잔인한 계산법을 부끄럽게 만들며 하나님의 전혀 다른 셈법을 보여줍니다. 다윗이 성전의 제사장 반열을 나눌 때, 엘르아살 자손의 우두머리는 열여섯 명이었고 이다말 자손은 여덟 명이었습니다. 정확히 두 배의 차이가 나는 명백한 불균형의 숫자였습니다. 상식적인 세상의 계산법이라면 열여섯 명을 가진 쪽이 더 많은 직무를 차지하고, 여덟 명을 가진 쪽은 위축되거나 배제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성경은 그 숫자의 크기를 직무를 배정하는 '근거'로 호명하지 않았습니다. 본문이 제비를 뽑아 나눈 이유는 단 하나, "양쪽 다 성소의 어른들과 하나님의 어른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내가 쥐고 있는 숫자의 많고 적음이 쓰임의 절대적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목사님이 스페인 선교지에서 보낸 연수가 '0'이라 할지라도, 그분의 가슴에 새겨졌던 영혼을 향한 눈물과 기도는 하나님의 저울 위에서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세상은 가시적인 결과물의 숫자를 요구하지만, 하나님은 그 중심에 품었던 순결한 헌신의 무게를 달아보십니다. 밟아보지 못한 선교지의 흙은 결코 목사님의 실패를 증명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이미 그 출발선에서 목사님의 모든 것을 온전히 받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아들이 없으므로" — 섣부른 해석을 거부하는 성경의 품격

역대상 24장에는 유독 읽는 이의 가슴을 저미게 하는 짧은 문장이 명부의 시작과 끝에 박혀 있습니다. "그들에게 아들이 없으므로", 그리고 다시 "엘르아살은 아들이 없으며".

대(代)를 이어 직무를 감당해야 하는 제사장 가문에서 아들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여이자 가혹한 단절입니다. 누군가는 손가락질하며 이유를 물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 단절 앞에서 깊은 죄책감과 절망에 시달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성경은 이 시린 결여의 사실 앞에 그 어떤 섣부른 위로나 해석의 문장을 덧붙이지 않습니다. "다 뜻이 있었을 것이다", "하나님이 다른 좋은 계획을 갖고 계셨다"는 식의 값싼 합리화의 말을 단 한 줄도 보태지 않고, 그저 "아들이 없다"는 사실만을 담담하게 적어둔 채 스물네 반열의 이름을 끝까지 이어갑니다.

이것은 무관심이 아니라, 설명되지 않는 고난의 자리에 선 자들을 향한 성경의 가장 깊은 예우이자 숭고한 침묵입니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비극 앞에서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섣부른 말로 그 빈틈을 메우려 합니다. 그러나 상처의 빈자리 앞에 함부로 던지는 해석은 위로가 아니라 폭력이 될 때가 많습니다.

성경은 단절과 결여의 자리에 서 있는 이들의 아픔을, 그 상처 난 모습 그대로 하나님의 거룩한 역사 안에 기꺼이 포함시켜 주었습니다. 가보지 못한 스페인의 빈칸, 미완성으로 닫혀버린 선교의 꿈은 지워져야 할 오점이 아닙니다. 그것은 역대상에 기록된 "아들이 없으므로"처럼,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 속에 고스란히 안긴 거룩한 여백입니다. 하나님은 목사님의 남겨진 빈칸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그 아픔 자체를 주님의 영원한 장부 속에 소중히 품어 안으셨습니다.

故 이성배 목사님이 함께한 마지막 토요기도모임 (가장 오른쪽 앞)

역사의 유일한 주어이신 하나님, 그리고 홀로 남은 사모님께

역대상 24장 7절부터 18절까지는 마치 숨을 죽인 듯 고요합니다. 그 어떤 움직이는 동사도 없이, 오직 스물네 명의 이름과 순번만이 열한 절을 빼곡히 채우며 흘러갑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한 그 고요와 침묵의 끝, 19절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역사의 유일한 주어가 우뚝 솟아오릅니다. "이는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것이더라."

사람의 눈에는 그저 이름만 적히고 끝난 무명의 시간 같았지만, 그 배후에는 역사의 참된 주어이신 하나님 여호와께서 친히 일하고 계셨습니다. 스페인 선교의 진짜 주어는 이성배 목사님이 아니라, 바로 하나님 자신이셨습니다. 목사님이 췌장암이라는 고통의 침상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드렸던 마지막 기도는, 선교지로 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그 병상 자체가 이미 하나님께 드려진 가장 거룩하고 순결한 선교의 제단이었습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십자가를 앞에 두고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기도하셨던 예수님처럼, 자신의 온 생명과 사명을 하나님께 남김없이 내어맡긴 가장 숭고한 예배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가늠할 수 없는 상실의 무게를 짊어진 채 홀로 남겨지신 김지영 사모님. 어떤 위로의 말도 사모님의 찢긴 가슴을 온전히 채울 수 없음을 압니다. 텅 빈 집, 목사님의 온기가 머물던 자리, 함께 스페인 땅을 바라보며 나누었던 수많은 기도제목들이 사모님의 마음을 무너뜨릴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은 아들이 없던 제사장의 이름을 결코 지우지 않고 당신의 거룩한 반열에 올리셨듯, 사모님이 흘리시는 눈물과 고독의 시간 하나하나를 당신의 책에 낱낱이 기록하고 계십니다. 사람의 설명은 좁고 무력하지만, 하나님의 장부는 한없이 넓고 정직합니다.

이성배 목사님은 선교지로 떠나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이 땅의 거친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훌쩍 뛰어넘어, 가장 아름답고 눈부신 하나님의 품에서 스페인의 영혼들을 위한 영원한 중보자로 서 계십니다. 비록 목사님의 육신은 떠났으나, 목사님이 품으셨던 그 순결한 선교의 불꽃은 이제 사모님의 눈물 어린 기도와 남겨진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서 더욱 찬란한 생명의 열매로 피어날 것입니다.

비통한 슬픔의 빈칸 곁에 주님의 한없는 자비와 위로가 머물기를, 홀로 남은 사모님의 걸음걸음마다 상처 입은 자를 품으시는 하나님의 따뜻한 손길이 함께하시기를 눈물로 기도합니다.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다” (로마서 14:8)
글쓴이 박기성 목사

세무대학을 졸업하고 국세청에 18년 근무한 후 BEE를 효과적으로 섬기기 위해 퇴직하고 2004년부터 세무법인 운영하면서 BEE 사역을 섬기고 있다. 사역 현장의 필요로 백석대 신대원과 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2018년 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아내 林惠淑, 아들 乾友(하나님의 친구,출33:11), 딸 瑟智(여호와의 감동, 왕상3:15-16)가 있다.

스물아홉번째 이야기

마까빠에서 펼쳐지는 BEE 사역과의 동행

선교사 선교현장⑤ 브라질

BEE Korea/Brasil 선교회는 2021년 초, 박지웅 목사님의 방문과 욥 페레이라 데 올리베이라 필류(Job Ferreira) 목사님의 안내로 브라질 북부 아마파주의 주도인 마까빠(Macapá)에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초기에는 현지 복음주의 지도자들과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여러 어려움이 있었으나,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현지 코디네이터로 헌신하라는 마음을 주셨고 저는 기쁨으로 순종하였습니다. 이에 2021년 7월, 14명의 수강생과 함께 시작된 제1기 ‘일대일 제자양육’ 과정을 통해 마까빠 땅에 귀한 말씀의 씨앗이 심겨졌습니다.

이후 사역은 김창연, 김화선 선교사님의 헌신으로 꾸준히 열매를 맺어 일대일 제자양육 6개 반을 비롯해 갈라디아서, 로마서, 그리스도인의 삶, 마가복음, 전도와 제자양육 등 다양한 과정으로 확대되어 현지 사역자와 리더들을 양육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일부 과정을 미처 마치지 못한 수강생들까지 차근차근 완주하도록 돕기 위해, 오는 11월부터 매월 한 과목씩 보완 클래스를 개설하여 그들이 당당히 인도자로 서도록 기회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이 훈련 과정은 김성주 선교사 및 현지팀이 함께 준비 중인 2027년 5월 합동 수료식을 통해 결실을 맺게 되며, 아마파주 교회를 단단히 세울 제자들을 배출하는 뜻깊은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특히 이번 훈련에는 다양한 교단과 지역 사역지 대표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어 강력한 영적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BEE 사역을 도심 훈련에만 머물지 않고, 이 복음의 동력을 오지의 현장으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마까빠에서 잘 훈련받은 현지 인도자들을 인근 히베이링요(강변 주민) 마을과 인디오 부족 공동체로 파견하는 것입니다. 현지 문화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리더들이 직접 찾아가 그들을 말씀으로 세우고, 각 마을 안에서 스스로 영적 양육을 이끌어 갈 자립적 리더와 건강한 목회자를 배출하는 것이 사역의 핵심 비전입니다.

도시에서 훈련된 제자가 오지의 강변과 밀림 깊숙이 들어가 또 다른 제자를 세우는 이 말씀의 선순환은, 아마파주 전역에 건강한 교회와 공동체가 스스로 일어서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마까빠에서 시작된 제자훈련의 거룩한 불씨가 히베이링요와 인디오 공동체까지 널리 번져나가기를 소망합니다. 브라질 북부의 가장 소외된 곳까지 말씀으로 새로워지게 하실 하나님의 역사 위에, 성도님들의 지속적인 기도와 따뜻한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글쓴이 자이미 타바레스 나시멘투(Jaime Tavares Nascimento) 목사

마까빠(Macapá/AP)의 목사이자 아마파(Amapá)주 BEE 코디네이터. 퇴직 경찰관이자 브라질 아셈블리아스 데 데우스 교단(Convenção das Assembléias de Deus no Brasil)의 목사이며, '아셈블리아 데 데우스 아 피오네이라(Assembleia de Deus A Pioneira)' 사역의 전 멤버이다. 강변 주민과 인디언(원주민) 인구 사이의 복음화 및 리더 양성을 목표로 하는 '신 예루살렘 프로젝트(Projeto Nova Jerusalém)'의 공동 설립자이다. 2022년 1월 9일에 설립된 아마파주 '아셈블리아 데 데우스 카사 데 그라사(Assembleia de Deus Casa de Graça)'의 총회장(대표)이다.

BEE 소식

  1. 1

    2026년도 “새 부대에” 주님이 주신 비전과 소망을 따라 새롭게 하시는 은혜를 누리는 BEE 가족을 축복합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할 것이니라(눅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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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민다나오 사역자 22명이 10/31(토) 토요기도모임에 함께합니다. - 방문: 레이 목사 부부와 사역자 20명 - 일정: 10/28 ~ 11/4 (11/2 BEE 행정교육) - 숙소: 상도동 BEE 센터 이렇게 섬겨 주세요. - 테이블마다 2~3명씩 나눠 앉습니다. 각 테이블에서 반갑게 맞아 주세요. - 22명분 아침 식사를 함께 준비해 주세요. - 당일 새벽 픽업은 차량 6대로 따로 진행합니다. 섬김은 토요기도모임까지이며, 모임 후 집결 시간과 장소는 따로 안내합니다. - 문의: 해외사역본부(안지민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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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E 청년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기본과정(갈, 롬, 그삶) 10월 시작, 목요모임(성경통독과 중보기도) 진행 중, 많은 참여와 기도로 이 공동체가 함께 영적호흡하며 걸어가도록 함께해 주세요. - 기본과정(BEE센터): 토요일 14시 - 목요모임(온라인): 목요일 21시 - 문의: 장원규 목사(010-2249-2554)

  4. 4

    선교지에서 현지화를 위한 IT 기기 지원을 받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스마트폰이나 랩톱을 보내주시면 귀하게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5. 5

    2026년 하반기 온비아 정규·심화 과정이 개설되었습니다. 많은 홍보와 참여 바랍니다.

    월요일

    오전 10:00~12:30로마서정규양재 온누리 러빙핸드실 · 11/9~12/28
    저녁 19:30~22:00로마서정규부천 온누리 믿음홀 · 11/2~12/21
    저녁 22:35~0:30그분이 지으신 마음온라인 · 11/2~12/14

    화요일

    오전 10:00~12:30십자가를 지고 (마가복음)심화서빙고 온누리 선교관 202호 · 11/24~27년 1/12
    저녁 19:30~22:00로마서정규서빙고 온누리 선교관 202호 · 11/3~12/22십자가를 지고 (마가복음)심화온라인 · 11/3~12/22

    목요일

    오전 10:00~12:30로마서정규서빙고 온누리 선교관 202호 · 11/5~12/24

    금요일

    오전 10:00~12:30교리론2심화서빙고 온누리 선교관 202호 · 11/27~27년 1/22

    토요일

    저녁 19:30~22:00로마서단과온라인 · 11/7~12/26

    주일

    저녁 19:30~22:00로마서정규온라인 · 11/8~12/27

    요일 미정

    시간 미정그리스도인의 삶KPM한인선교사 · 10/27~10/30갈라디아서싼티팝선교회 · 11/16~11/19

    ※ 온라인은 집에서 수강하는 비대면 수업입니다.

    개설 과정 보기 · 신청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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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최선 편집 안화연